협회공지사항

국민건강과 `보건교사' 역할

등록일2002-08-24조회41399
간협신보 8월 22일자에서 [목요칼럼] ■국민건강과 `보건교사' 역할 -이 정 렬(연대 간호대학 교수) 전 세계적으로 건강관리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영역은 건강증진이다. 선진국들은 국민들이 달성해야 할 건강목표를 제시하면서 그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질병관리뿐 아니라 질병예방과 건강증진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했고, 1997년부터는 건강증진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증진기금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는 242개 보건소중 18개 보건소를 선정해 건강증진거점보건소사업을 3년간 실시하기도 했다. 이들 18개 보건소의 건강증진 사업내용을 검토해 보면, 대부분의 보건소가 학교를 대상으로 건강증진사업을 수행한 것을 알 수 있다.  왜 지역주민 전체를 사업대상으로 하고 있는 보건소가 주로 학교를 대상으로 건강증진사업을 실시했을까? 그 이유는, 이미 건강행위가 고착되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건강행위를 형성해가고 있는 학령기를 대상으로 건강증진사업을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은 학교란 세팅 속에 있기 때문에 사업수행이 용이하기 때문이며, 건강증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인 보건교육을 학생들의 교과과정 속에 통합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며, 아울러 학생들에게 제공한 건강증진사업의 효과를 가정으로 파급시킴으로써 지역전체로 건강증진사업의 효과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증진사업중 대표적인 사업인 흡연예방 및 금연관리사업을 예로 보면, 건강증진거점보건소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금연전략을 제공했다.  유치원에서는 인형극과 흡연유해실험인 금붕어실험을 통해 담배의 유해성을 인식시켰고, 이들로 하여금 아빠들의 금연이 촉진됐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금연포스터와 표어경연대회, 역할극, 판넬전시, 금붕어실험을 포함한 흡연예방교육이 제공되었다.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흡연예방교육으로는 초등학생과 비슷한 사업이 제공되었는데 특히 흡연학생을 위한 1박 2일의 금연캠프가 어떤 금연교육보다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는 건강증진사업은 금연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연사업중에서도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사업은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는 흡연예방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금연사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대상은 학령기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건강증진사업을 위해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대상이 학령기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차례에 걸쳐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에서는 서태평양국가 대표들을 대상으로 학교건강증진 워크숍을 실시했다. 워크숍 기간중 서태평양 국가들을 위한 학교건강증진지침을 개발하고, 각 나라의 학교건강증진 상태를 비교 분석했다. 이때 학교건강증진이 잘되고 있는 나라는 무엇 때문에 잘되고 있으며, 잘되지 않는 나라들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학교건강증진사업이 잘되고 있는 싱가포르나 필리핀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매우 잘 협력해 계획부터 수행, 평가까지 두 중앙정부가 긴밀히 협력하고 있었다. 그 나라들에서 문제가 있다면 학교건강관리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당시 학교건강증진사업의 시작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특히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협력은 중앙정부로부터 구나 군지역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서태평양 국가중 우리나라만큼 학교건강관리자가 확보되어 있는 나라는 없었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90% 이상의 학교에, 전국적으로는 60% 정도의 학교에 학교건강관리자가 확보되어 있다는 것은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학교에서의 건강관리자인 양호교사의 명칭이 `보건교사'로 지난 7월 31일 개정됐다. 양호교사란 명칭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되어 온 것으로, 그 당시는 학생들의 급성질병관리 및 응급처지 중심의 업무가 주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건강의 패러다임이 질병치료에서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양호교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은 명칭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다. 보건을 국어사전에서는 `건강을 보전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보건교사로 명칭이 바뀌었다는 것은 다수인 건강한 학생의 건강을 보전하는 것이 학교건강관리자의 주요 역할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양호교사가 보건교사로 명칭이 바뀌게 되면서 학교건강관리자의 역할중 보건교육사업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보건교사가 되면서 학교건강관리자의 업무를 보건교육자에만 중점을 두어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양호교사가 보건교사로 바뀌었을 때에는 체육이나 타교과 교사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전적으로 보건교육만을 중시하려는 태도보다는 보건교육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생들의 건강증진사업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간호사인 학교건강관리자는 간호의 의미 그대로, 학교 구성원인 학생과 교직원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전문가다.  보건교사로의 명칭 개정이 보건의 진정한 의미인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을 보전하기 위한 건강증진사업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효과적인 보건교육이 활성화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